일레드 님의 글을 읽고 적는 트랙백
결혼한 며느리나 시어머니 사이에 있는 명절증후군이라는 병이 있어요.
저야 결혼을 안했으니 사실 이게 내 일이지는 않아요.
다만.....
제 특이하고도 특이한 경험상 그저 이게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실감함과 동시에
아.............난 결혼은 일찍하긴 글렀구나...라는 절절한 깨달음을 매번 저에게 안겨주는 사건들이 있었으니..
저희집은 지독히도 평범한 집안이예요. 특출나게 뼈대가 있는 집안도 아니거니와
부자도 아니고 똑똑하지도 않은 참말로 평범한...
이런 평범한 집안에도 바람잘날없는 사건들은 있는 법..
저희 할머니는 그 어떤 경우에도 남자는 부엌에 들이는 법이 없는 참말로 대쪽같은 분이셨어요.
머...울 마미는 날 낳고 내 동생(아들)을 낳기 전까지는 며느리가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아들찬양의 그 분도.. 가족적이지만 몸이 좀 약하신 편이었던 할아버지도 하나밖에 없는 딸내미에게는 끔찍했으니
그 끔찍한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자라신 분 우리 고모님 되시겠어요.
전....성인이 될때까지 고모는 당연히 명절이면 저희큰집에 와 계신거고 성인이 되고나서는 당연히 당일날 고모님댁을 찾아뵈어야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지요..
근데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귀한딸내미라도 일단 결혼하신 분이라 이거죠.. 이제 환갑을 지나신 연세이니 그 나이대면...당연히 시댁엘 가야잖아요..
근데 설날 당일날 친정집(저에겐 큰집)에 오신답니다.
안그래도 엄한 시어머니에 힘들어죽는 저희 마미 (그나마 그래도 저희 아버지는 막내..)
손윗시누이까지 설날 당일 행차하시니 이건 정말 힘들어도 보통 힘든게 아니셨대요.
그래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았죠...
그 고모님께는 자식이 둘 있으셔요.
제겐 고종사촌형제인 오빠와 언니
곱고 착하게 그저 말썽 안부리고 자라주어 울 고모님의 자랑거리였던 오빠...그런데 덜컥 그 오빠가 고모님의 기대를 무참히 져버리고
그때 당시로는 (벌써 십몇년전 얘기..) 파격적이게도 3살 연상의 아가씨를 결혼하겠사와요 덜컥 데려온거죠...
울 고모님 쓰러지실뻔 하십니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결국엔 결혼을 허락하셨어요.
결혼했다고 싸온 이바지음식을 보고 전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줄 알았어요.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고 정성들어간 음식은 첨 먹어봤던지라...)
나중에 알고보니 새언니 안동의 아주 뼈대있는 지주댁 여식이었죠. 오죽 공부를 많이 한 집안이었음 딸내미 달가워하지 않는단걸 아신 그댁 어르신이
그냥 너 결혼하지 말고 공부 계속 하라고 (그때당시 조교하며 대학원 다니고 계신 중이었대요) 공부 계속해서 그냥 교수하라고...까지 얘기하셨답니다.
그래도 사랑찾아 결혼하겠다니 혹시나 흠잡힐까봐 사돈어른은 밤새 직접 음식 죄다 바리바리 해서 싸짊어지고 올려드린거죠..(그러니까 종가집음식 머 이런거쯤 되었던거예요..)
그런데 그 언니 결혼하고 처음 맞이하는 명절 저희 큰집에 인사오자마자
울 아버지를 비롯한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모두 인사도 제대로 안 받으시고 건넌방으로 건너가 버리셨어요. (조카며느리가 마음에 안찬다고요....이해가십니까? 네.. 전 직접 봤는걸요..)
전 그때 안방에 앉아 소리도 못내고 눈물만 뚝뚝 흘리던 새언니의 눈물과 그 옆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앉아있던 참 바보같던 내 사촌오빠를
절대 잊을 수 없을꺼 같아요.
그리고 하이라이트로..
명절당일이면 득달같이 친정댁에 와계시던 저희 고모님은
며느리 친정이 안동이란 이유로 일년에 한번도 제대로 안 보내셨다는...
어쩌다 저희가 당일날이 아닌 다음날 고모님댁에 가도 여전히 거기서 과일깍고 음식내오는 새언니의 축 쳐진 어깨를 보아야 했다는..
참 아이러니한 사건들을 말이죠..
그냥 특이하고도 특이한 저희집 얘기예요..
다 그렇진 않아요.
근데 왜 전 이일로 아...결혼은 힘든거야...를 학생때부터 느끼고 자라왔을까요.....^^;;;;
진짜 딸일때와 어머니일때와 시어머니일때..여자는 세번 다르게 태어나는걸까요....??
2009년 1월 29일 목요일
명절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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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그래도 많이 나아졌지만~
답글삭제울이모때만 해도.. 정말 공감글^^ 많은분들이 공감하실듯~
'설' 잘보내셨냐용^^?
호박은 대한민국 매누리답게(?) 시오마니랑 오손도손 열씨미 명절쇠고 왔쎄요~
그리고 이틀은 인터넷을 끊고 폐인모드로 지낸듯^^;
이제 '설'까지 지나버렸으니 영락없이 한살을 더 먹었네요~
올핸 나이값하는 호박이 되길 갠적으로 소망하고요~ 모두모두 행복하길 바래봅니다^^
오늘도 마니마니 행복하시궁~ 여전히 '봉마니' 받으세요(조신하게 꾸벅!)
@호박 - 2009/01/29 12:10
답글삭제^^
설 잘 지내셨어요?
고생많으셨어요~~
저희집은 이런저런 작은 사건으로 인해
제대로 친척들이 못 모여서
올해 설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그래도 먼가 대강대강 전도 글코 떡국도 글코 먹긴 먹었네요..ㅎㅎ)
근데 먼가 허전.............하네요 ^^;;
올해에도 저도 한살 늙어버렸으니 (어흑)
나이값하는 petite가 되어야죠~
올해도 아자아자 홧팅~!!!
음.. 많이 생각하게 되는 글인데요. 음음.
답글삭제@tasha♡ - 2009/01/29 16:34
답글삭제저도 나중에 결혼하면 저렇게 될까요...
만약 저런 대우를 받아도 슬프지만
거기에 남편이 아무것도 못하고 있음 더 화가 날꺼 같아요..
일단 저는 음식을 못하기에..;;; 남자지만 다른일은 좀 해요...;;;;
답글삭제집에서 제사를 지내는지라...
그게 참 어쩔수 없는것 같아요... ^^;;; 여자건 남자건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경우가 있는걱 같아요.
답글삭제에혀..진짜 고모님 미우셨겠다 ㅎㅎ;
@Fallen Angel - 2009/01/29 18:41
답글삭제저희집 남자분들도 밤까기 이런건 하세요.
밤이 반만해져서 그렇지......^^;;;;
그나마 할머니 돌아가신 후부터 가능했던 풍경....
할머니 계실땐 분위기 장난아니었어요...
제사도 엄청 많고 일도 무진장 많고...
@소중한시간 - 2009/01/29 18:50
답글삭제초큼 얄밉달까...;ㅁ;
머 예전분이라 어쩔수 없지만
차아아아암 특이한 분이긴 해요.
막내동생인 저희 아버지도 가끔은
감당안된다고 하실때도 있으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