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유님의 개흑심 상상임신 대소동 글을 읽다보니..
예전 생각이 나네요.

이 녀석은 꾸숑이예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무지개 다리를 건너던 그 순간까지 제 옆에 있던 제겐 세상 두번째로 사랑하는 아이이구요.
(첫번째 아이는 이 녀석의 어미이자 제 닉네임의 유래가 되는 쁘띠 이구요. 이 녀석도 너무 빨리 하늘나라로 보냈어요.)
2007년 여름에 침대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던 아이예요.
뇌압이 상승하면서 사람으로 치면 치매에 중풍 정도의 증상이 나타나버렸죠.
덕분에 그로부터 1년 8개월의 투병생활 중 단 한번도 절 알아보지 못했어요.
처음 동네병원에서 처방한 약이 효과를 나타내는것 같더니
밤새 급작스럽게 나빠져서
울면서 아이를 데리고 서울대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을 달려갔었죠.
로비에서 너무 펑펑 울고 있자니 다른 분들이 오히려 먼저 하라고 배려해줄 정도로 그땐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그때 그 곳에서 정말이지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됐어요.
그 곳에는 동네병원에서 고칠 수 없는 중증의 동물들이 모이는 곳이예요.
MRI나 CT 촬영이 가능한...
차례를 기다리며 로비에 앉아있음
사람 마음은 다 한결같은지 서로 물어보곤 하시더라구요. 어디가 아파서 왔는지..
한번은 입원해 있는 꾸숑의 병문안을 위해 오전에 병원을 가서 기다리는데
아저씨 한분이 뒷다리 두개를 모두 깁스를 한 비글 한녀석을 조심스레 안고 나오시더라구요.
뒷다리가 모두 부러져 방금 수술을 마친 상태라고 하더라구요.
마취가 깰텐데 아플꺼라 자기가 안아줘야 안심할꺼라고..
이 아저씨 제가 중간에 집에 가서 꾸숑에게 줄 간식을 가져오는 4시간동안 꼼짝 안하고 같은 포즈로 아이를 쓰다듬고 계셨어요.
정말 대단한 정성이 아닐수 없었죠.
또 한번은 나이 지긋한 딱 봐도 어마무지 깐깐해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신경질을 마구 내시면서
"그냥 잠깐 데려오면 안되냐구~!" 머 이런식으로 실갱이를 하고 계셨어요
성격 참 깐깐하시네 하는 중이었는데 결국 의사선생님들이 데려온 아이는
먼가 두어개를 주렁주렁 달린채 의사선생님 품에 안겨나온 나이 많은 개였어요.
신부전증으로 투석기를 달고 있었죠.
이 아주머니 갖고 온 담요 펴놓고 그 위에 아이를 조심스레 내려놓고는 두시간 가까이 쓰다듬어주고 계셨어요.
17살이라고 하더라구요.
17년을 같이 살았다면....그건 자식이겠죠..
또 어떤분은 쇼파에 누워 한없이 울고만 계시다가 제가 안고 있던 꾸숑이를 보더니 어디 아프냐고 물으셔서 머리 다쳤다니까
지금 자기 아이도 머리 다쳤다고 내 잘못이라고 자기가 세워놨던 청소기 대가 넘어지면서 애 머리로 넘어져서 다쳤다고 이제 한살인데 여기서도 가망이 없다고 한다고..
정말이지 너무 서럽게 우셔서 안타깝고 그랫었어요.
그 분이 꾸숑을 바라보며 너무 부럽다는 듯이 우리애가 이 정도만 되어도 정말 행복할꺼 같다고 한숨 쉬시다 아이를 데리고 힘없이 가셨었어요.
그 밖에도 심장병 걸려서 6개월 시한부 판정받은 시쭈였는데 미국에서 신약 들여와서 지금 1년3개월째 살고 있다고 살아줘서 너무 이쁘다고 업고 계시던 아주머니부터
백혈병 걸려서 자기 병원비땜에 차 팔았다고 말하는 젊은 여자분까지..
참 별의별 사람들을 다 봤어요.
물론 이런 얘길 보면 그깟 동물에 머 그런 대단한 정성이냐고..
정도가 심한거 아니냐고 몇백씩 돈이 남아나냐고...그런 얘길 하는 분들도 계실꺼예요.
얼마전에 아직 어린 강아지가 짖는다고 3일동안 고무줄로 입을 묶어놓아 피가 안 통해 퉁퉁부어오른 사진이 공개되면서 애견인들이 분개했던 사건도 있었죠.
하지만 17년을 같이 산 동물이 그저 동물일 뿐일까요..
세상엔 사람보다도 더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동물들도 존재해요.
지금 저희집에 있는 냥이 두 녀석은 건강해요 (그렇다고 믿고 있지 사실 아닐수도 있어요.)
오늘 이래저래 예전 생각도 나고 지금 이 녀석들이 아프면 난 어쩌지...생각하니 겁도 나고 그러네요.
어차피 평균 수명은 사람보다 훨씬 적은 아이들이예요.
수명이래봐야 15년 안팎이 다인 아이들이예요.
데려올때 마냥 이쁜 어렸을때의 모습만 보고 데려오지 마시고 나이들어 털 빠지고 눈 나빠지고 말도 못 알아듣는 그런 순간도 있음을...
아프면 병원비가 사람과 다르게 어마무지 많이 나간다는 사실도
알고 데려오시길 바랄께요.
제발 데려오시면 버리거나 하지 마시구요.
아마도 하쿠도 누군가가 키우다 버린게 아닐까...라고 생각이 되요. (길에서 살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어요. 제가 데려올때도 전투력 제로였어요.)

쁘띠랑 꾸숑
오늘따라 쁘띠도 꾸숑도 너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