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부터 우리집의 명절 일과는 후암동에 위치한 큰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뵙고
고양리(지금은 고양시)에 계신 할머니를 뵈러가는 일이었었습니다.
기억나는거라곤 들풀로 빗자루니 우산이니 만들어주시던 할머니..
그때 5~6살이었던 나랑 키도 그리 차이 안날정도로 무척이나 작았던 할머니를 뵙는게 명절 일과 중 하나였고.
그렇게 가는 고양리 할머니집에는 우리가 가도 거의 나와보지는 않지만 가끔씩 건넌방에서 문을 열고 바라보시는 할머니 한분이 더 계셨었어요.
7살...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고양리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단 말을 듣고 달려간 곳에선
어떤 할머니께서 하염없이 울며 "언니 나도 데려가~"를 외치고 있었죠.
나는 그때 그 할머니가 그저 고양리 큰할머니의 동생인 줄만 알고 살았었어요.
그래서 붙은 고양리 작은할머니..난 계속 그렇게 그 분을 불렀었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큰할아버지는 저희집 장손이셨어요.
몸이 약한 큰할머니는 평생 아이를 가질수 없으셨고..
그렇게 대를 이을 자식을 낳기 위해 들어오신 분...
그 분이 바로 작은할머니셨다는걸
그리고 그렇게 들어오셨는데 결국은 딸만 내리 셋 낳고
평생 참 조용히도 사셨다는 사실을 알게 된건
제가 성인이 되어서였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저희 아버지 형제분 중 막내셨던 저희 아버지께서 양자로 입적되었고
그래서 매 명절때마다 고양리를 찾아뵙는게 일과가 된 사실도 같이 알게되었어요.
갈때마다 그렇게 밥 먹었는지 챙기느라 정신이 없던
참 순박하고 정 많고 속깊었던 할머니..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탓에
없는 형편에 힘들게 자식 셋 키우시고
사는게 팍팍한 자식들로 인해 마지막엔 병환도 잘 못 챙겨드리고 요양원에서 보내셨던 우리 작은 할머니.
난 이제 우리 할머니가 좀 따뜻한 곳에서 행복하게 계셨으면 좋겠어요.

에흉....토닥토닥.../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답글삭제@넝 - 2008/12/27 01:38
답글삭제하두 오랜만에 뵈니 실감 안나다가
사진 보니까 실감나더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답글삭제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답글삭제세상에서 예쁘게 사신 분들은 행복하실꺼에요....
@sazangnim - 2008/12/27 08:33
답글삭제감사합니다.
@허한누리 - 2008/12/27 12:12
답글삭제그렇겠지..행복하실꺼라 믿고 있어
코닥도에서 보았던 포스트이네요.. 가슴이 먹먹해 지는 사연입니다.
답글삭제@소중한시간 - 2008/12/28 13:31
답글삭제어렸을땐 몰랐는데
다 커서 생각해보니...
할머니의 인생은 행복하셨을까..생각해보게 되요.
친손녀들한테 할머니 고향이 목포인데 고향가고 싶단 얘길 하셨었대요.
전 그런것도 잘 모르는 참 무심한 손녀였던거 같아요.
뭔가 잔잔하게 밀려온다.
답글삭제@머루와고구마 - 2008/12/29 11:30
답글삭제머...이젠 안 아프시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어...